장마철이면 유독 심해지는 퀴퀴한 냄새. 십중팔구는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주범이다.
습한 날씨 탓에 덜 마른 빨래는 그 자체로도 쿰쿰한 데다 집 안 곳곳의 잡다한 냄새도 배기 쉽다. 여기에 시큼한 땀내까지 더해지면 입고 있는 사람도 주변 사람도 고역이다. 장마철 불쾌한 빨래 냄새,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
빨래, 이렇게 하면 악취 없이 깨끗하게
장마철 땀에 젖은 옷은 공기 중 미생물에게는 더없는 안식처다.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과 피지는 풍부한 먹을거리요, 빗물과 땀으로 축축해진 섬유는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특히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는 빨래 냄새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균은 사람의 피지를 먹고 자라면서 독특한 휘발성 황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이 냄새가 꿉꿉한 빨래 쉰내다.
따라서 여름에는 빨랫감이 나오는 대로 바로 세탁하는 게 좋다. 땀에 젖은 운동복이나 수건, 면티는 세탁기 ‘삶음’ 기능을 이용해 한번 삶은 후 세탁하면 냄새와 곰팡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 균도 60℃ 이상에서는 대부분 사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헹굼물도 고온으로 하면 세균 번식을 줄여 냄새가 덜하다. 단, 의류 라벨을 참고해 삶아도 되는 수건·운동복·속옷에만 적용해야 한다. 수건은 대부분 면소재라 세탁과 탈수에 강하다. 따라서 한번씩 수건만 모아 60℃ 이상 고온에서 세탁하고 탈수도 ‘강’으로 하면 냄새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고온 세탁이 어려운 소재는 마지막 헹굼물에 식초를 3큰술 정도 넣어주면 냄새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냄새를 잡겠다고 섬유유연제를 너무 많이 쓰면 잔여물이 세탁기 내부에 쌓여 악취 원인이 되고 옷감도 빨리 상하게 만든다.
비 오는 날 말릴 땐 ‘선풍기+제습기’ 활용
아침에 세탁기 돌리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 저녁에 넌다? 냄새 주범인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바쁘더라도 ‘예약세탁’ 같은 기능을 적극 활용해 세탁을 마치자마자 바로 꺼내 말릴 수 있게 하자.
빨래를 건조대에 널 때는 ‘하나 건너 하나 너는’ 식으로 간격을 충분히 두고, 겹치지 않게 최대한 넓게 펴서 말린다. 여름철에 자주 입는 면소재 티나 셔츠는 물기가 덜 말랐을 때 다리면 건조 시간이 줄고 살균 효과도 있다.
습도가 높은 날엔 빨래가 겉은 마른 것 같아도 속은 덜 마른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바로 옷장에 수납하지 말고 실내에서 선풍기 바람으로 속까지 말려줘야 한다. 제습기를 함께 쓰면 더 효과적이다. 제습기를 빨래 건조대 가까이 두고 켠 다음 옆에서 선풍기를 틀어 정체된 공기를 순환시키면, 빨래 표면의 습기가 빠르게 날아갈 뿐 아니라 속까지 충분히 마른다.
세탁기도 자주 청소…내부까지 말려야
세탁기 내부를 깨끗이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세탁조는 과탄산소다를 넣고 돌리는 것만으로도 청소와 살균 효과를 볼 수 있다. 시판용 세탁조 클리너의 주성분이 바로 과탄산소다다. 세탁기의 ‘통세척’ ‘통살균’ 코스를 이용해 월 1∼2회 청소한다.
세제통도 세제 찌꺼기와 물때가 잘 끼므로 1∼2주마다 분리해 미지근한 물로 씻는다. 먼지거름망이나 배수필터도 주기적으로 분리해 머리카락이나 보푸라기를 제거한 다음 말렸다가 조립한다.
드럼세탁기의 고무패킹도 안쪽에 오염물이 잘 끼는데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틈이 생겨 물이 샐 수 있다. 월 1회 과탄산소다 같은 산소계 표백제를 칫솔 등에 묻혀 안쪽까지 꼼꼼히 닦은 다음 세탁기 문을 열어 물기를 말린다. 평소에도 세탁 후에는 반드시 세탁기 문을 열어 내부를 말리고, 고무패킹도 마른 천으로 닦는다.